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雜동사니
문 대통령, 박근혜 특별사면·복권 결정 "국민 통합 계기 되길" 본문
지금으로부터 5년 전인 2016년 가을, 전국 곳곳에서 촛불이 불타 올랐습니다. 그리고 곧 국민의 존엄한 명령하에 박근혜 대통령 소추안이 의회에서 가결되었으며, 이듬해 3월 박 대통령은 탄핵되었습니다. 모두가 TV 앞에 앉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을 지켜보셨을 텐데요, 저 역시 당시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침착하고 또박또박한 목소리로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며 주문을 확정했던 장면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후 국정농단 등을 혐의로 총 징역 22년을 선고받고 서울 구치소에서 생활을 하게 되었으며, 빈 청와대에는 새 정권이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마지막 2년은 코로나 펜데믹으로 전 세계가 다이내믹한 시간을 보냈죠. 우리나라는 비교적 선방하고는 있으나 역시나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습니다. 현실에 대한 피로감이 상당히 쌓인 상태라 굉장히 오랜 시간이 지난 것 같지만, 사실 박근혜가 탄핵된 지 아직 5년도 채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녀가 형량 1/4 정도만 채운 상태에서, 오늘 놀라운 뉴스가 나왔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전격 사면 복권하겠다고 결정한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결단을 내린 이유?
-문재인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한 이유로 '지난 시대의 아픔을 딛고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며 '이제는 과거에 매몰되기보단, 미래를 향해 힘을 합쳐야 할 때'라고 밝혔습니다.
-4년 9개월 동안 복역한 박 전 대통령은 구속 이후 어깨, 허리 질환으로 계속 고통받고 있으며, 최근에는 정신 불안 증세는 물론 치아 상태가 좋지 않아 유동식을 먹고 있는 상태라고 하죠. 문재인 대통령은 5년 가까이 복역한 박 전 대통령의 건강상태를 특별사면의 최우선 이유로 생각했다고 합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오늘 정부 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있었던 사면 발표에서 이번 특별 사면은 내년 대통령 선거를 일절 고려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여당과 협의도 없었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촛불로 당선된 대통령'인 만큼, 적폐 청산을 위해 촛불을 들었던 국민들이 이번 결정에 대해 느낄 유감 내지 분노에 대해서도 무시할 수 없었을 겁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사면에 반대하는 분들의 넓은 이해와 해량을 부탁드린다'며 국민통합과 겸허한 포용이 절실함을 강조했습니다.
-오늘 발표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 및 복권 외에도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특별사면과 복권도 포함됐습니다. 오는 31일 자로 박 전 대통령, 한명숙 전 국무총리 등 3094명에 대한 '2022년 신년 특별사면'이 단행될 예정입니다.
-반면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이번 사면 복권 대상에서 빠졌습니다.
정치권 반응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번 특별 사면에 대해 존중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특별 사면은 대통령 고유의 헌법적 권한이므로, 문재인 대통령이 심사숙고 과정을 거쳐 결정한 이 사면에 대해 민주당은 존중하겠다는 밝혔습니다.
-박근혜, 이명박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에 대해 반대 입장을 보였던 이재명 대선후보는 문재인 대통령의 국민 통합을 위한 고뇌를 이해하고, 그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진심 어린 사죄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국민의당
-국민의 힘은 이번 결정이 다소 늦었으나 환영한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대선에 어떻게든 개입하려는 정치적 계산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대부분입니다.
-홍준표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만시지탄'이라며 이제 와서 퇴임을 앞두고 겁이 났냐며 비꼬았네요. 그러면서 '두 대통령 중 한 명만을 사면해서 반대 진영 분열을 획책하려는 것이 참으로 교활하며 놀랍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권성동 국민의힘 사무총장도 이번 사면에 대해 환영하면서도, 고령인 두 대통령 중 한 명만 사면한 것에 대해 정치적 술수가 있는 게 아니냐며 아쉬움을 드러냈습니다.
-선대위의 한 관계자는 한명숙과 이석기를 풀어주기 위해 비난 물타기용으로 박 전 대통령을 사면한 것이 아니겠냐는 지적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정의당
-정의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박근혜 전 대통령 특별 사면에 대해 '대선을 앞둔 정략적 결정'이자 '민주주의의 퇴행'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사면권 최소화가 원칙이라고 누누이 밝혀온 문 대통령이 최소한의 국민적 동의도 구하지 않은 채, 촛불 시민들이 법의 심판대에 직접 세운 박 전 대통령을 마음대로 사면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전두환과 노태우 사면을 예로 들며, 그들의 사면이 국민 통합으로 이어진 게 아니라 현대사를 왜곡시키는 결과를 낳았다며 이번 사면도 부적절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명박 측
-이명박 측은 이번 사면이 국민화합 차원이 아니라, 정략적 판단이라며 대선을 목전에 두고 두 전직 대통령 중 한 명만 사면한 것은 매우 정치적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건강이 나쁜 것으로 알려진 박 전 대통령이 풀려난 것은 본인을 위해 다행이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제외된 건 정치보복이 아니겠냐며 덧붙였습니다.
그 밖의 반응
-24일 오전 법무부가 박 전 대통령을 특별 사면한다고 밝힌 뒤, 시민·사회 단체들은 '사면 무효·철회'라는 목소리를 내며 문 대통령이 촛불을 배반했다며 비판했습니다.
-세월호 챰사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유족과 시민이 모인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416연대)와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는 24일 입장문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의 박근혜 대통령 특별 사면을 강력하게 규탄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을 탄핵하고 구속시킴으로써 새 시대를 열었던 촛불 시민의 염원을 짓밟았다'며, '사과와 반성조차 하지 않은 자를 국민 대화합이라는 이유로 사면시키는 것은 민주주의의 후퇴'라고 반박하였습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은 이번 특별 사면의 절차가 불투명하다며 '건강이 문제일 경우면 일반 국민과 마찬가지로 구속집행정지나 가석방을 검토해야 할 것이지, 최소한의 설명도 없이 갑작스레 특별 사면을 하는 것은 안된다'며 꼬집었습니다.
저는 평소 문재인 대통령과 그가 이끄는 우리나라 행정부를 매우 신뢰합니다. 문재인이라는 개인 한 사람을 존경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번 사면 결정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는데요, 그도 그럴 것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국정 농단과 적폐 세력을 청산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국민들이 일궈낸 평화적인 촛불시위와 함께 의회의 탄핵소추안 의결이라는 역사적 순간을 지나 우리나라 헌정 역사상 최초로 탄핵된 대통령이라는 상징성이 있는 문제의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소식을 듣고 실망하거나 분노하는 국민들이 생기는 것도 당연하며, 이들 역시 이해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할 거라 봅니다.
이번 특별 사면이 더 크게 다가오는 것은 대선을 3개월가량 앞두고 있어서이기도 합니다. 박근혜전 대통령이 12월 31일 자로 특별사면되면서 정치권에 큰 파장이 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그녀는 현재 건강 상태가 약화된 만큼 치료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기에 어떤 특정 정치적 언행을 할 것으로 보이진 않으나, '특별사면'이라는 이벤트 자체가 환기시키는 영향력이 분명 있을 것이며, 내년 대선을 앞두고는 그녀가 보수 쪽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겠죠. 이번 특별 사면이 대선 정국에서 과연 어떤 나비효과를 낳을 것인지 계속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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