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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결혼이야기(2019), 이혼은 끝이 아니라 한 과정일 뿐

이탠저린 2021. 11. 17.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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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히들 한 집 걸러 한 집에서 이혼을 한다고들 합니다. 보수적인 한국의 분위기와는 달리, 이혼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도 하죠. 그럼에도 여전히 이혼에 대해서는 쉬쉬합니다. 하지만 세상이 많이 달라지긴 했는지 요즘 TV와 드라마 세계에는 소위 '돌싱(돌아온 싱글)'들이 주인공인 작품이 많습니다. 가능하면 이혼을 피하는 게 좋겠지만, 피할 수 없다면 할 수밖에 없다는 것, 해도 세상의 끝이 아니라는 분위기가 점차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죠.

 

 물론 이혼에는 수많은 것들이 얽혀 있습니다. 두 부부 사이에 아이라도 있다면 이혼은 더욱더 어려워집니다. 이혼을 한다고 더 극적으로 상황이 좋아지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혼을 통해 더 굳건해지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낸 영화가 있습니다. 바로 넷플릭스 영화 '결혼 이야기'입니다. 

 

결혼 이야기? 이혼 이야기

92회 아카데미에서 작품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로라 던이 수상), 각본상 등 후보에 올랐던 '결혼이야기'

영화는 주인공 니콜(스칼렛 요한슨 分)과 찰리(아담 드라이버 分)가 서로의 어떤 면에 반했는지, 어떤 장점이 있는지 나열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따뜻한 분위기로 시작이 되지만, 사실 이것은 이혼 상담 중 부부에게 주어진 숙제였습니다. 둘은 어쩌다 이렇게까지 된 것일까요?

 

 두 사람은 뉴욕 극단에서 일하는 부부로, 아내 니콜은 배우로 극단에서 출연하며, 남편 찰리는 이 극단의 연출가입니다. 니콜의 활동 주무대는 본래 LA였고 그곳에서 촉망 받는 배우로 떠오르고 있었으나 찰리를 만나 운명 같은 사랑에 빠진 이후, 그가 있는 뉴욕에 머물며 결혼에 출산까지 큰 변화를 겪습니다. 그러다 보니 의도치 않게 그녀의 뉴욕 생활은 10년이 되었습니다.

 

행복하지 않은 결혼생활로 이혼을 결정한 두 사람

 찰리는 그동안 배우인 아내 니콜의 지원 아래 연출자로서 꾸준히 성장하며 브로드웨이에 진출하기에 이릅니다. 본격적인 전성기가 시작된 찰리를 누구보다 축하해주지만, 본인이 원래 있어야 할 곳이 아닌 다른 곳에 있다고 계속 느끼는 니콜.  본인의 모습을 잃고 있다고 느끼던 니콜은 마침 LA에서 TV 주연 배우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됩니다. 니콜은 남편 찰리로부터 인정과 축하를 기대했지만, 그녀는 기대하던 반응을 얻지 못합니다. 이것이 그녀로 하여금 큰 결심을 하게 만든 가장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영화의 제목이 '결혼 이야기'이건만, 영화의 내용은 '이혼 이야기'가 되어 버렸습니다. 결혼은 결국 서로를 미워하고 증오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는 뜻일까요?

 

 

변호사들은 우리의 가장 나쁜 면만을 보지

니콜, 나만 믿어요!

 갑작스런 이혼 요구에 충격을 받은 찰리. 하지만 찰리 본인도 자신의 커리어에만 집중한 걸 인정하기에 더 그녀를 잡을 수 없습니다. 아내를 존중하기에 결국 헤어짐을 선택했고, 둘 다 변호사 없이 원만한 합의 이혼을 하기로 합니다. 하지만 니콜은 LA에서 만나게 된 유능한 변호사 '노라(로라 던 分)'와의 상담 중 이 이혼에 소송이 필요함을 깨닫습니다.  

 

 이혼 소송 소장을 받고 당황한 찰리는 급하게 변호사를 구하면서도, 니콜에게 매우 큰 배신감을 느낍니다. 도장만 찍으면 원만히 해결될 거라 믿었던 이혼이었지만, 아이의 양육문제를 비롯하여 재산 문제까지, 이혼이란 과정은 절대 쉬운 게 아니었습니다. 가만히 있다간, 나의 모든 것(아들, 뉴욕, 커리어)을 빼앗길 수 있는 심각한 상황임을 깨달은 찰리는 본인도 노라만큼의 노련한 변호사를 선임합니다.

 

아들 헨리의 양육권을 두고 싸우는 두 사람

  감정의 골이 상할 대로 상했지만, 부부에게는 아들 '헨리'가 있습니다. 헨리는 LA와 뉴욕 각각에서 살기 원하는 부모 때문에 먼 거리를 자주 왔다갔다 해야 합니다. 부모는 아들을 위해 서로 간의 앙금을 티 내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이혼 과정 중 법정 공방이 과열되기 시작하며 니콜과 찰리도 더 큰 상처를 받게 됩니다.

 

 소송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사소한 것, 작은 것도 크게 부풀리며 상대방 쪽을 악마화하는 양쪽 변호사 사이에서 지친 두 사람. 둘은 대화의 시간을 가지로 합니다. 하지만 둘의 대화는 지금까지 그들이 했던 대화 중 가장 솔직하면서도 거칠고, 폭력적인 모습으로 변하게 되고, 끝내 서로를 저주하기에 이릅니다. 갈 때까지 간 스스로의 모습에 둘은 울음을 터트리고 말죠.

 

 

그럼에도 우린 성장한다

그럭저럭 해피엔딩?

 이혼 소송 결과 재산은 일정 부분 서로 나눠 갖게 되었고, 소송의 가장 쟁점이 되었던 아이 양육권은 니콜에게 가게 됩니다. 니콜은 그토록 머물고 싶던 LA에서 새 남자친구도 사귀고, 본인이 일을 하며 승승장구하게 됩니다. 지옥 같은 이온 소송 끝에 찰리와 헤어졌지만, 아들 헨리가 있기에 찰리와의 연락은 계속 이어집니다.

 

 니콜이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동안 찰리의 경우 놀랍게도 LA에 있는 대학 교수직을 맡기 위해 뉴욕을 떠납니다. 뉴욕에서의 생활, 뉴욕에서의 아들 양육을 어떻게든 지키기 위해 아등바등했던 찰리가 LA로 직접 날아온 것을 보고 니콜은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진작 이렇게 서로 원하는 것을 조금씩 양보했더라면 어땠을까 생각이 드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헤어졌고, 아마 다시 합칠 일은 없을 겁니다. 이제 와서 후회는 소용없는 일이죠. 그땐 그때의 최선을 선택했을 뿐입니다.

 

고통의 시간을 지난 후 후련함을 찾은 그들의 얼굴을 보고 있자면 이혼 후 그들이 더 성숙해졌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상대방을 더 존중할 수 있는 법도 배웠을 겁니다. 니콜은 새 남자친구와 좀 더 성숙한 관계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테고, 더 솔직하게 본인을 표현할 줄 알게 되었겠죠. 찰리 역시 앞만 보고 살아온 삶을 잠시 멈추고 무엇이 더 살아가는 데 있어 중요한지 깨달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아들 헨리는 부모의 이혼이라는 힘든 과정을 겪었지만 좀 더 안정적인 상태의 엄마와 사는 것은 물론, 좋아하는 아빠를 주변에 둘 수 있게 되었습니다.

 

노래도 잘하는 아담 드라이버

 결과적으로는 모두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결과가 되었습니다! 이혼은 끝이 아니라 인생의 한 과정, 또 다른 시작일 수 있음을 보여주었던 훌륭한 영화입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가 이혼 과정을 그리는데 불필요한 최루성 연출을 하지 않고 담담히 풀어가서 더 좋았던 영화입니. 아직 못 보신 분이 있다면 넷플릭스에서 한번쯤은 시청해보시길 추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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