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雜동사니
우먼 인 골드(2015) - 세계 최고가 초상화에 숨겨진 한 가문의 아픔 본문
앞선 포스팅에서 제가 홀로코스트 관련 영화들을 꽤 많이 봤다고 언급한 적이 있는데요, 오늘 포스팅할 영화 작품 역시 홀로코스트 내용과 적지 않게 관련이 있습니다. 관록의 영국 출신 배우 헬렌 미렌과 다양한 커리어를 구축하고 있는 매력적인 배우 라이언 레이놀즈가 주연한 '우먼인골드'가 바로 그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전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초상화 작품인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의 초상'의 소유권을 되찾기 위해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던 한 개인 여성 '마리아 알트(헬렌 미렌 分)만'의 여정을 그립니다.
'마리아'가 그림의 소유권을 찾으러 나서게 된 건, 과거 나치 독일이 그 그림을 공권력을 이용해 빼앗아 갔기 때문입니다. 그녀의 집안은 유대계 오스트리아인 가정으로, 2차 세계 대전 당시 나치의 횡포로 인해 많은 고통을 겪어야 했습니다. 그림을 비롯한 여러 재산들을 압수당한 것은 물론, 고향, 가족까지 모두 잃었습니다. 따라서 그림을 찾는 것은 단순히 그림의 소유권만을 얻는 게 아닌, 그녀가 빼앗긴 모든 것을 찾는 응당 해야만 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묵직한 감동이 있는 이 영화에 대해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가족과 고향을 빼앗기다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의 조상'은 유명 오스트리아 작가 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입니다. 화려한 색채, 그림 속 여성의 관능미, 그림을 표현하는 방식의 독특함으로 누구나 한번 보면 잊을 수 없는 강렬한 매력을 지닌 이 작품 속 주인공은 마리아의 숙모인 '아델레'였습니다. 그녀는 마리아에게 큰 영감을 주었던 여성으로, 자식이 없던 아델레와 삼촌은 마리아를 자식처럼 아끼고 예뻐했습니다.
숙모는 일찍 세상을 떠났지만, 둘의 특별한 관계를 알고 있었던 삼촌은 마리아의 결혼 선물로 숙모의 목걸이를 선물하기도 하죠. 안정적인 환경에서 성장하여 멋진 오페라 가수와 결혼한 마리아의 인생은 얼마 가지 않아 빛을 잃습니다. 나치 독일이 오스트리아를 침공했던 것입니다.
설탕 공장을 운영했던 삼촌과 그들의 부유한 집은 나치의 눈에 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나치의 횡포가 더욱 심해지자, 마리아의 부모는 딸과 사위에게 오스트리아를 탈출할 것을 권합니다. 당시 유대인들은 마음대로 출국하는 것도 자유롭지 못했는데, 마리아와 남편은 몇 번의 숨 막히는 시도 끝에 결국 미국으로 떠날 수 있었습니다.
정의를 위하여
사랑하는 부모님과 고향을 떠나 미국으로 온 알트만 부부는 새 보금자리에 정착, 과거를 잊으려 애쓰며 미국인으로서 살아갑니다. 몇십 년이 흘러 노년이 된 마리아는 언니의 유품을 정리하던 중, 숙모의 초상화를 떠올리게 됩니다. 나치에게 빼앗겼던 수많은 작품들 중 하나였던 숙모의 초상화가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있는 벨베데레 박물관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입니다.
마침 공교롭게도, 오스트리아에서도 2차 대전 당시 국가에 의해 몰수됐던 예술 작품들을 대상으로 한 환수법을 개정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50년을 뒤로한 세월, 과거를 끄집어내야 할 순간이 그녀에게 다가왔습니다. 상처만 가득한 과거를 떠올려야 했기에 두려움도 있었지만, 희망도 있었습니다. 나치에게 빼앗겼던 그녀의 과거의 일부를 되찾을 수 있는 시간이 왔음을 직감적으로 느꼈기 때문일 겁니다.
8년 간의 싸움
마리아는 친척 뻘인 신입 변호사 랜드 쇤베르크(라이언 레이놀즈 分)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신입 변호사로 자리 잡기에 바빴던 랜드는 처음엔 시간이 충분치 않다는 이유로 마리아의 제안에 거절하는 듯하나, 그 그림이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난 이후부터는 점차 사건에 관심을 갖습니다.
오스트리아 정부는 그 그림을 계속 소장하기 위해 그림의 주인공인 숙모의 유언(박물관에 그림을 기부하겠다는 내용의 유언 - 그러나 그 누구도 그 유언장을 본 적이 없다.)에 따라 합법적으로 그 그림을 소장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합니다. 또한 공권력이 불법적으로 그 그림을 취득했다는 것을 숨기기 위해 그 초상화 주인의 이름조차 지워버립니다. 이름이 있다면, 그 인물이 누군지에 대해 호기심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일 테니까요.
그림의 가치만을 보고 사건에 접근했던 랜드는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이 소송 사건이 단순 법정 싸움 이상의 의미를 가짐을 마음속 깊이 깨닫게 됩니다. 이름까지 도둑맞은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와 그녀의 조카 마리아를 위해, 나아가 삶을 도둑맞은 유대인들의 명예를 되찾아 주기 위해 그는 직장까지 그만두고 이 긴 싸움에 나섭니다. 마리아와 랜드의 싸움은 어떻게 펼쳐질지, 자세한 내용은 영화를 통해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두려움에 굴복해서는 안돼."
8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오스트리아 정부와 싸워 승리한 개인 마리아 알트만은 사실 굉장히 연약하며 인간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랜드를 처음 알게 되어 도움을 요청했을 때, 랜드가 거절하자 그녀는 쉽게 소송을 포기했고, 소송 중간중간에도 지치는 모습을 보입니다. 자신에게 상처만 안겨준 고향에 가기 싫었고, 이 긴 싸움을 견디기에 본인은 너무 나이가 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소송 중인 그녀에게 유대인들이 계속해서 과거 일에 매달려 피해자 행세만 한다고 조롱하죠. 이 모든 일은 한 개인인 그녀에게 매우 버거운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랜드의 격려로 그녀는 견뎌냈고, 결국 굴복하지 않았습니다.
우리 역시 숨겨지거나 지워진 역사적 진실들을 되찾고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하는 임무를 갖고 있습니다. 특히나 요즘 같은 시기엔, 역사 문제에 있어 늘 일관적이지 않으며 반성하지 않는 주변 국가들과의 갈등이 여전히 존재합니다. 마리아의 숙모 아델레가 늘 어린 마리아에게 했던 말을 우리가 기억해야 합니다. "살아가려면 우린 용기가 필요해. 두려움에 굴복해서는 안된단다." 이것이 이 영화가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바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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