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雜동사니
안네 프랑크의 삶을 다룬 ABC 드라마 - Anne Frank: The Whole Story 본문
드라마 안네의 일기(Anne Frank: The Whole Story)
어쩌다 보니 홀로코스트 관련 영화들을 연속으로 포스팅하게 되었는데요, 이번에 제가 올리려는 작품은 제가 청소년기 시절 가장 아꼈던 실존 인물이며 성인이 되어서도 제게 큰 영향을 주었던 안네 프랑크의 인생을 다룬 ABC 2부작 미니시리즈입니다. 제목 그대로 안네의 인생 전부를 다룬 미니 시리즈로, 작품 이야기가 곧 그녀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인 만큼 제가 알고 있는 그녀의 인생에 대해 포스팅하게 될 듯합니다.
안네의 인생 초반기
안네 프랑크(Annelies Marie Frank)는 1929년 6월 12일 독일 암마인에서 한 유대인 가정의 둘째 딸로 태어납니다. 독일 출생이나 나치가 정권을 잡은 직후인 1933년, 나치의 핍박을 피해 가까운 네덜란드로 이주합니다. 안네의 가족은 네덜란드에서 비교적 안정적이고 행복한 삶을 삽니다.
안네와 언니 마고는 다정한 어른들의 보호 속에서 잘 성장했습니다. 안네는 부모님 중 특히 아버지 오토 프랑크와 사이가 좋았고, 유대감이 깊었습니다. 그녀의 어머니 에디트 프랑크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분이었지만, 안네와는 성향이 맞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언니 마고 프랑크는 엄마와 사이가 좋았습니다.)
성장기(은신처로 들어가기 이전까지 시기)
1939년, 안네가 만 10세 정도 되었을 때를 배경으로 이 드라마가 시작됩니다. 나치가 네덜란드를 침공하기 직전의 내용부터 다루고 있는 것인데요, 안네의 아버지 오토 프랑크는 암스테르담에서 사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함께 사업을 하던 네덜란드인들은 모두 좋은 사람들이었으며, 안네는 평소와 다를 것 없이 교육을 받고, 친구들과 파티를 하며 안정적인 삶을 살았습니다.
그러다 1940년, 나치 독일이 네덜란드를 침공하면서 그녀의 자유와 권리가 박탈되는 상황이 펼쳐집니다. 그녀는 극장에도 갈 수 없고, 인도 위에서 걸을 수도 없었으며 유대인이라는 표시의 노란 별을 옷에 달아야만 했습니다. 이미 유대인에 대한 차별이 법제화되어 있는 상황에서 강제로 달아야 하는 노란 별은 족쇄와도 같았습니다. 인도에서 걷지 못하고 유대인 친구와 흙바닥 위를 걷던 안네가 네덜란드인 친구를 길에서 만나 우연히 대화하는데, 그 모습을 본 네덜란드인 친구의 엄마가 그 애들(유대인 아이들)에게서 떨어지라고 대놓고 소리 지르는 장면은 매우 씁쓸함을 자아냅니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청춘을 즐깁니다. 사회에서 아이들에게 가해지는 제한은 많았지만, 여전히 아이들의 삶은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좋아하는 남자아이와 데이트도 하고(카페에는 들어갈 수 없으나, 야외에는 있을 수 있었습니다.), 친한 친구네 집에 가서 파자마 파티를 하기도 합니다. 그럭저럭 위태로운 평화가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언니 마고에게 강제 수용소행 출두 명령이 떨어지기 전까진 말이죠.
드디어 은신처로
나치의 잔혹함은 점점 심해져 길거리에선 유대인들을 희롱하거나 때리고, 사람들을 모아 어디론가 싣고 가버리는 일들까지 일어났습니다. 안네의 부모님은 큰 딸에게 출두 명령서까지 나온 마당에 중대한 결정을 해야 했습니다. 딸을 그곳에 보낼 것인가? 아니면 다른 선택을 할 것인가? 안네의 아버지는 후자를 택했습니다. 그는 함께 사업을 하던 사람들인 코프하이스, 헨크, 엘리, 미프, 크랄러 등의 도움을 받아 은신처를 이미 마련해두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빨리 움직일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딸이 출두 명령을 받은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었죠. 그래서 바로 그 다음날 그들은 움직입니다.
그는 꽤 부유한 사업가였기에 온 가족을 안락한 집 형태(최소한 집 형태와 가구들을 갖추었으니 다른 열악한 은신처에 숨어 있던 유대인이나, 아예 은신처에 들어갈 시도 조차 하지 못한 유대인들에 비해선 비교적 여건이었습니다.)의 은신처로 데려올 수 있었습니다. 이때가 1942년 7월 6일입니다. 프랑크 가족이 오고 난 후 그곳에는 반 펠스 가족(부부와 아들 한 명)이 왔고, 그 이후로는 치과 의사 프리츠 페퍼가 도착했습니다. 대가족이 된 이들은 2년이 좀 넘는 시간 동안 은신처에서 보내게 됩니다.
은신처에서 발각까지
안네의 그 유명한 일기는 은신처에 들어가기 약 한 달 전쯤 생일 선물로 받은 것입니다. 작가가 꿈이었다는 그녀는 재치 있는 글솜씨로 함께 지내는 구성원들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풀어냅니다. 같은 장소에서 좋든 싫든 매일 봐야 하는 사람들에 대한 지루함, 그들과의 갈등, 그들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 등이 생생하게 담겨 있죠.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초라해지는 은신처 상황에 대해서 걱정을 표현하기도 하고, 그나마도 갖춘 지금 상황에 감사해야 한다는 긍정적인 태도도 보입니다. 또한 10대 사춘기 소녀로서 같은 또래인 남자아이 피터(판 펠스 부부의 아들)에게 느끼는 사랑의 감정에 대해서도 잘 나와있습니다.
드라마는 안네의 일기에 기반한 위 내용들을 잘 그려냅니다. 물론, 일기에서 나온 만큼의 자세한 내용은 아닙니다만, 그럭저럭 잘 묘사했다는 느낌이 듭니다. 특히 안네 프랑크 역할을 맡은 한나 테일러 고든은 정말 실제 안네가 살아 돌아온다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비슷한 얼굴 생김새를 가졌습니다. 또한 호불호가 분명하며 몽상가적 기질이 있는 사춘기 안네의 성격을 완벽하게 잘 표현해냈습니다.
핌(오토 프랑크, 안네 아버지의 애칭) 역할을 맡은 벤 킹슬리의 연기도 매우 좋았습니다. 상상했던 오토 프랑크의 외형과는 조금 달랐지만, 다정한 아버지이자 중재자로서 느낌은 잘 표현해냈다고 봅니다. 반 펠스 부인으로 나왔던 브렌다 블레신, 미프 역할로 나왔던 릴리 테일러도 할리우드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배우들로, 이들의 존재는 드라마에 더욱더 묵직함을 더해줍니다.
이들은 1944년 8월 4일, 익명의 밀고로(여러 의견이 있으나 드라마는 밀고로 그들이 발각되었다고 표현하였음) 대가족의 은신 생활은 막을 내립니다. 드라마는 이들이 수용소에 함께 끌려갔다가 각각 흩어지는 모습까지 보여줍니다. 어머니는 수용소 생활 중 거의 정신이 온전치 못했다고 하며(더러운 물로 끊임없이 빨래를 했다는 이야기를 관련 책을 통해 읽은 적이 있습니다. 결국 가스실 행으로 생을 마감하였습니다.)
안네와 언니 마고는 또 다른 차원의 악명 높은 베르겐 벨젠 수용소로 끌려가 생을 마감했다고 알려져있습니다. 아우슈비츠도 악명 높은 곳이지만 이곳에는 나름의 시스템과 체계가 있었다고 한다면, 베르겐 벨젠 수용소는 아무것도 없었다고 합니다. 그랬기에 분노, 슬픔, 긴장, 공포 그 어떤 감정도 존재하지 않았으며, 그저 먹을 게 있나 돌아다니는 흉측한 모습의 말라빠진 사람들이 죽음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 열악한 환경에서 마고와 안네는 차례대로 티푸스로 사망했습니다.
전 세계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그녀
대가족 중 오토 프랑크만이 해방을 맞이했습니다. 그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돌아와 그의 조력자들을 만납니다. 은신처에 돌아온 오토 프랑크는 그들이 보관하고 있던 안네의 일기, 메모 등을 볼 수 있었고, 슬픔 속에 안네를 기억하는 것으로 드라마는 막을 내리죠.
아버지 오토 프랑크는 그녀의 유품들을 책으로 발간하기로 결정합니다. 사실 어떤 일기 내용을 출판할 것인가에 대해 아버지가 많이 개입한 것은 유명한데요, 성적인 호기심을 갖고 쓴 내용이라거나, 주변인들에 대한 욕 등은 그가 애초에 많이 커트했다고 하죠. 그녀의 명예를 위한 것일 수도 있겠으나 온전한 그녀의 일기가 아닐 수도 있다는 의견들도 있습니다.
여러 논란이 있긴 하지만 그녀의 일기가 전 세계에 묵직한 울림을 준 것은 분명합니다. 최고의 작가가 되고 싶다던 그녀, 죽어서도 영원히 사는 것이라는 그녀의 바람은 분명하게 이루어졌고 세상에 많은 영향력을 행사한 것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놀라운 업적입니다.
상상 속에만 존재했던 그녀의 일대기에 애정을 담아 시각화된 매체로 만들어준 미국 ABC 방송국에 감사함을 표하며, 드라마 안네 프랑크에 대한 소개는 이것으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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