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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레이디스 나잇(2017), 여자라면 더 재밌게 볼 수 있는 코미디

이탠저린 2021. 11. 13.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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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칼렛 요한슨이 힘 빼고 찍은 영화는 어떨까?

 저는 스칼렛 요한슨을 매우 좋아합니다. 외형적으로도 너무나 아름답고 매력적인 그녀이지만, 저는 특히나 그녀의 연기에서 느껴지는 인간미와 따스함을 좋아합니다. 어딘가 콕 집어 말하기가 어려운데, 그녀가 영화 속에서 허스키한 목소리로 미간에 살짝 주름을 지으며 대사를 칠 때마다 저는 그녀를 할리우드 스타로서 그녀를 우러러보게 되기보다는 내 주변 사람 같은 편안함을 느끼게 됩니다. 그만큼 그녀가 현실적인 연기를 잘한다는 거겠죠? 그렇다 보니 전 그녀가 나오는 영화는 늘 기대하고 보게 되는데요. 이번에 본 영화는 그녀가 주연으로 활약한 레이디스 나잇(원제: Rough Night)입니다.  영화 기본 정보를 보곤 조금 놀랐습니다. 코미디 영화라고?  그녀는 왜 이 코미디 영화를 선택했을까요? 그녀가 힘 좀 빼고 활약한 코미디 영화는 과연 어떨까요?

 

등장인물

이때까지만 해도 일이 그리 꼬일 줄은 몰랐다

 스칼렛 요한슨이 분한 제스를 포함, 총 5명의 대학 시절 친구가 제스의 결혼 전 처녀파티를 하기 위해 간만에 모입니다. 앨리스, 프랭키, 블레어 그리고 피파가 바로 그 주인공들입니다. 

 

제스 짧은 머리가 잘 어울리는 제스는 대학 졸업 후 10년이 지나 상원의원 출마를 앞두고 매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워커홀릭입니다. 매력 있고 능력 있는 젊은 여성이나 너무 완벽해서 재미없다는 평가를 받으며 남성 경쟁자와 싸움에서 고전 중입니다.  제스는 조신한 스타일의 남자 친구 피터와 결혼을 앞두고 있는데, 친구 앨리스가 결혼 전 처녀파티를 해야 한다며 발 벗고 나서 결국 처녀파티를 하게 되었습니다. 

 

앨리스 앨리스는 대학 시절 친구들 중 제스와 제일 친했던 친구로, 현재는 학교 선생님이 되었습니다. 앨리스는 여전히 제스에 대한 애정이 커서 성장한 이후에도 끊임없이 제스를 챙기려 하고, 둘의 우정에 대해 각별하게 생각하며 이를 계속해서 확인하고 싶어 합니다.

 

프랭키와 블레어 프랭키와 블레어 역시 제스의 대학 시절 친구들입니다. 프랭키는 사회 운동을 하다 감옥에 몇 번 수감된 전적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늘 정의롭거나 반듯한 스타일의 친구는 아니며, 친구들 중 가장 노골적으로 욕망을 드러냅니다. 아름다운 블레어는 현재 이혼 소송 중이라는 아픔을 겪고 있으나, 주변의 그 누구에게도 이 아픔을 말하지 않았습니다. 이 두 친구 사이에는 친구 이상의 무언가가 있어 보입니다.

 

피파 피파는 앨리스, 프랭키, 블레어와는 다르게 제스가 호주 유학생활을 하며 알게 된 친구입니다. 유머러스하고 털털한 성격 덕에 제스가 많이 좋아하는 친구인 듯합니다. 그렇기에 대학 친구들 무리와는 전혀 일면식이 없지만 제스가 처녀파티에 초대하여 미국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대학 졸업 후 제스와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해 아쉬운 앨리스는 피파를 견제하게 됩니다. 본인이 구상한 파티에 알지도 못하는 웬 호주 여자는 없었을 테니까요.

 

마이애미 별장 살인 사건

우리 어쩌냐

 클럽에서 약 기운에 취해 신나게 놀았던 5명의 친구는 함께 쉬기로 한 마이애미 별장에 도착합니다. 프랭키가 부른 남자 스트리퍼까지 별장에 도착하자 5명은 본격적으로 광란의 밤을 보내기로 합니다. 그런데 아뿔싸, 앨리스가 의자에 앉아있는 스트리퍼에게 전속력으로 달려가 그의 무릎 위에 안착하려 하다가 막강한 힘에 뒤로 넘어간 스트리퍼가 머리를 크게 다치고 맙니다. 아니, 다친 정도가 아니라 이미 머리를 크게 다쳐 사망한 상태였죠. 처녀파티를 한답시고 모였다가 우발적인 살인 사건의 현장이 되어버린 상황.

 

  상원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는 제스, 유치원 선생님인 앨리스, 이미 감옥에 갔다온 적이 있는 프랭키, 양육권 싸움을 하고 있는 블레어, 타국에서 범죄자 되게 생긴 피파까지 그 누구도 감옥에 절대 가선 안 되는 상황. 그녀들은 블레어의 변호사 삼촌의 조언을 참고하여 상황을 정리하기로 합니다. 바로 '시체가 없으면, 사고도 없다'는 것이죠. 즉, 이 스트리퍼의 존재를 이곳에서 없애야 합니다. 문제는 무슨 짓을 해도 이 시체가 자꾸만 그녀들 곁에 돌아오게 된다는 것!

 

 안 그래도 머리가 터질 것 같은데, 상황이 더 이상해집니다. 프랭키가 불렀던 스트리퍼는 이미 도착해서 조금 전 저 세상으로 갔거늘, 또 다른 남성이 스트리퍼라며 별장에 도착하고, 설상가상으로 어떻게 상황을 알았는지 경찰들까지 별장에 도착하는데!  그녀들은 과연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나갈까요? 

 

매우 인간적이며 진보적인 B급 여성 서사 코미디

웃을 수밖에 없는 상황

 성인이 되어 친구가 된 피파를 제외하고, 나머지 4명의 친구들은 대학 시절부터 친하게 지내온 친구들이기 때문에 깊은 유대감과 신뢰를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본인들의 삶을 사느라 바쁘다는 이유로 자연히 예전처럼 모든 걸 공유하며 서로의 사정을 속속들이 알진 못합니다. 서로가 사는 환경이 다르다 보니 이해관계도 달라질 수밖에 없고, 관심도 줄어들 것이며, 서로 간 오해가 쌓이기도 하죠. 하지만 갈등을 일으키긴 싫고, 괜히 못난 모습을 보이기 싫기에 좋은 게 좋은 거란 생각으로 무던한 척 삽니다. 이런 모습은 우리 모두의 인간관계 속에 나타나는 모습입니다.

 

이 친구들 역시 그러합니다. 절친의 결혼 축하를 위한 의리 하나로 모인 친구들이지만 어쩐지 모르게 예전과는 다른 분위기가 흐름을 느끼고, 결국 그 갈등은 인생 최악의 순간 터지고 맙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살인사건에 휘말리게 된 5명의 친구들이 위기 속에서 서로의 소중함을 다시 깨닫고, 우정을 되찾는 과정을 매우 유머러스하면서도 따뜻하게 풀어갑니다. 이 영화가 매우 특별한 이유 중 하나이죠.

 

 이 영화가 특별한 또 다른 이유는 이전에는 자주 볼 수 없었던 여성 위주의 코미디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보통 버디무비나 B급 코미디 작품들은 대부분 남성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주가 되며 여성의 역할은 매우 한정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보란 듯이 모든것을 뒤집어 만들었습니다. 주인공들은 모두 여성이며, 남성 연기자들의 역할은 매우 제한적입니다. 레이디스 나잇은 그 제한적인 역할조차 일반적인 남성상과는 매우 다른 스타일로 바꿔 버립니다. 예를 들어 제스의 남자 친구 피터는 워커홀릭인 여자 친구가 집에 올 때까지 늘 혼자 있는 것에 익숙하며, 친구들과 와인을 마시며 건전한 총각 파티를 즐기고, 제스가 혹시나 바람을 피워 본인을 떠날까 조마조마해하며 연락이 끊긴 여자 친구를 찾아 나섭니다.

 

 

 반면 늘 한정된 역할만 했던 여성 주인공들의 역할은 매우 다양합니다. 각 캐릭터마다 다양한 성격과 서사를 두었고, 사회적 편견에 그들의 역할을 가둬두지 않습니다. 다 같이 모여 마약을 하고, 거리낌 없이 스트리퍼를 부르고, 우발적 살인 현장을 덮으려고 모두 안간힘을 씁니다. 남성들이 했을 땐 별 특별하지 않았던 것들이 여성들이 했을 때 유독 돋보이고 불쾌감을 느꼈다면, 여성에게 주어진 역할에 대해 너무 편협하게 바라봐왔던 게 아닐까요?

 

   스칼렛 요한슨 외에 조 크라비츠, 케이트 맥키넌, 일래너 글라이저, 질리언 벨 등이 열연한 이 작품, 아직 못 보셨다면 한 번쯤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남성이라면 새로운 스타일의 코미디 영화에 신선함을 느끼실 거고, 여성이라면 더더욱 통쾌하게 영화를 즐기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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