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雜동사니
[내향인 탐구] 내향인이지만, 사람들의 관심도 좋아합니다. 본문
내향인이지만, 사람들의 관심도 좋아합니다
-칼럼니스트 안드레 솔로(Andre Sólo)가 전하는 내향인의 이야기-
지하 칵테일바에서 간단한 친목 행사가 열렸습니다.
행사를 잠시 쉬어가는 타이밍이 되었고, 마침내 여자친구와 제가 자기소개를 해야하는 시간이 왔습니다.
바에는 생각보다 사람들이 아주 많았어요.
행사 진행자는 우리를 간단히 소개했습니다.
아니, 정확히는 내 여자친구에 대해서만 간단히 소개했죠.
사람들의 표정이 혼란스러워졌고, 박수 소리도 점차 루즈해져 갔습니다.
사람들의 표정은 이랬어요.
"저 남자는 누구야?"
전 마이크를 들고 간단하게 농담으로 이야기를 시작했어요.
그러자 사람들의 얼굴엔 혼란은 사라졌고, 웃음이 터지기 시작했죠.
저보다 더 수줍은 여자친구를 위해 전 최선을 다해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었고,
그 결과 관객들은 우리 편이 되었습니다.
약 2분 간의 짧은 이벤트였지만,
이날 경험은 내겐 소중하게 간직할 만한 즐거운 추억이 되었습니다.
네, 저는 사람들 앞에 나서기 좋아하는 내향인입니다.
내향인도 사람들 앞에 서는 걸 즐긴다고요?
앞의 이야기는 내향인인 제가 무대 위에서 이야기를 하기 직전의 모습을 그린 것입니다. 내향인이 사람들 앞에 서서 이야기를 하길 좋아한다? 잘못된 게 아닐까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겠지만, 내향인이라고 해서 주목받는 것을 싫어하는 것은 아닙니다. 내향적이라는 건 그저 너무 많은 자극, 특히 '사회적' 자극에 의해 에너지가 소모되는 사람임을 의미할 뿐입니다.
무대 위에서 제가 얻을 흥분감은 다른 사람과 뭔가 해야 하는 '사회적' 상황을 동반하지 않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내향인들은 사람들 앞에 나서는 걸 두려워하죠. 당신이 내향인이라면, 내가 겪은 경험들이나 성향에 대해 공감을 할 것입니다. 나의 어린 시절, 8살 때 친구들을 집에 초대했지만 1~2시간 후 엄마에게 조용히 이 말을 했던 순간이 그 예입니다.
"엄마, 얘네 집에 가라고 하면 안돼?"
어른이 된 지금, 좀 더 사회화되고 센스가 생기긴 했지만 기본적인 성향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면,
- 나는 소수의 친한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서 연말 파티를 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클럽에 가지 않아도 돼요.
- 술자리에 참석하거나 영화를 보러 갈 시간이 없는 바쁜 사람이지만, 실제로 내가 바쁜 이유는 혼자 책을 읽느라 그런 거예요.
- 나는 행사에 도착하기 전 미리 집에 갈 시간을 정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들어가서 내가 해야 할 일을 하고, 내향인 배터리가 닳지 않게 유지하며 밖으로 나오게 되죠.
또한 전 혼자서 일할 때 최상의 능률을 뽐내며, 전화 업무를 선호하지 않습니다. 몇 마디 이메일로 해결될 일을 굳이 전화로 해야 할까요?
하지만 이런 내향인이라고 해서 청중 앞에 나서지 못한다는 건 아닙니다. 청중 앞에 나서는 것과 위와 같은 내향적 성향은 전혀 관련이 없다고 봅니다. (물론 사람마다 차이는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한번의 공개 스피치보다 40통의 전화 업무를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할지 몰라요.) 사람들 앞에 나서서 뭔가를 하는 것과 사회 활동을 하는 것은 완전히 다릅니다.
사회생활과 무대 위에 서는 것의 차이점
사회생활은 여러 이유로 내향적인 사람들의 에너지를 빼앗아갑니다.
다음과 같은 이유들 때문이죠.
- 사람들과의 대화는 신속한 대답을 필요로 하는데, 내향적인 사람들은 대답하기 전에 생각하는 것을 선호해요.
- 많은 내향인들은 특정 단어들을 기억해내는 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 대화는 다중 감각을 필요로 하는 활동이에요. 상대방의 신체 언어를 읽고 감정적인 단서를 해석해야할 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말을 듣고 적절한 응답을 동시에 찾아야 해요. 즉, 꽤 자극적인 활동이란 것이죠. 사실, 내향인들에겐 대화뿐만 아니라 외부 자극 전체가 힘들게 느껴집니다.
- "좋은" 대화는 뇌에서 도파민을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내향적인 사람들은 이러한 보상에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않는 편이에요. 그래서 외향인들보다 이런 사교 생활에서 더 적은 만족을 얻게 되죠.
- 보통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는 대부분 소소한 이야기일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내향인들은 그런 스몰토크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어요.
그러나 사람들 앞에 나서는 건 또 다른 문제입니다. 연설, 연기, 코미디 공연, 노래, 춤 등의 퍼포먼스는 위와 같이 내향인을 피곤하게 만드는 피로 요인들을 갖고 있지 않죠.
무대 위에 오르는 건 달라요.
- 사람들 앞에 나서서 퍼포먼스를 할 땐 상대에게 빠른 응답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물론, 관객의 반응을 읽고 대응하는 것이 도움이 되긴 하지만, 주로 이미 자세히 연습한 내용을 전달하는 게 대부분이죠.
- 무대 위에선 즉흥적으로 특정 단어를 떠올릴 필요가 없어요. 미리 말할 내용을 계획할 수 있으니까요.
- 보상은 주로 본질적인 것이에요. 물론, 관객이 보내는 박수를 듣고 공연이 "좋았다"고 인정받길 기대하는 건 당연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내 창의성을 발휘하여 뭔가를 완성했을 때 느끼는 내적 보상입니다. 화가나 작가들이 작품을 완성했을 때 느끼는 그 본질적인 만족감이랑 비슷해요. 이같은 만족감은 사회가 허락하는 것과는 큰 관련이 없죠.
아, 물론 공연에서는 억지로 스몰토크를 할 필요도 없겠네요 (물론 미리 짜여진 대본이라거나. 스탠드업 코미디에서 스몰토크를 이용하여 조롱하는 경우는 제외하고).
그 결과, 일부 내향적인 사람들은 두 세계에서 살아갑니다. 내향인들은 일상적인 사회적 교류를 피하려 하지만, 재능을 과시할 수 있는 기회를 갈망합니다. (무대에 오르는 공포도 경험하지만, 이건 외향인들도 겪는 부분이기도 해요.) 앞에 나서기 좋아하는 내향인들에게 잘 완성된 자신의 퍼포먼스가 가져다주는 전율이란 정말 짜릿합니다.
내향인도 유명인이 될 수 있다
내향적인 사람들 중에서도 주목받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스페타니 제르마노타(Stefani Germanotta), 무대명 '레이디 가가(Lady Gaga)'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녀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건 쑥스러움을 많이 타는 저같은 사람에겐 힘든 일이에요. 그래서 저는 보통 제 자신에게 집중하고 음악에 전념하는 편입니다."
이외에도 오드리 햅번, 엠마 왓슨, 조니 뎁과 같은 내향적인 히어로들도 많이 알려져 있죠. 실제로 내향인들이 가진 능력에 비해 사회로 나가는 걸 거부하는 경우가 많은 걸 감안하면 내향적인 유명인들이 생각보다 더 많을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봅시다. 왜 사람들 앞에 나서기 꺼려하는 내향적인이 무대 위로 올라가는 것에 끌리는 걸까요? 정확한 답을 알 순 없지만, 사람의 성격은 보통 선천적으로 타고난 성향과 후천적으로 양육된 방식이 혼합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건 내 경험과도 일치하는 부분이에요. 어린 시절 전 남들 앞에서 우스꽝스럽게 보이는 걸 좋아했는데, 어쩌면 타고난 성향일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곧 전 고등학생 때 아웃사이더로서 몇년을 보내게 되었고, 내향성은 저라는 인간을 이루는 큰 부분이 되었죠. 그리고 이때 경험은 저로 하여금 사회적으로 받는 관심이란 부정적인 거라 느끼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무대 위로 올라가 퍼포먼스를 하는 건 예외였습니다. 여기서 느껴지는 모든 사람들의 관심은 매우 긍정적이었거든요. 특히나 사회불안장애로 힘든 시간을 보냈던 저같은 너드에겐, 이 같은 경험은 정말 제게 최고의 행복을 가져다 줬어요.
출처 introvertdea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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